
배로 일본을 간다는 게 부산 사는 사람들만의 특권인 줄 알았습니다. 수도권에 살다 보니 "배편이요? 그건 부산 사람들 얘기 아닌가요?"라는 생각이 오래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비행기가 목적지로 이동하는 수단이라면, 배는 이동 자체가 여행이었습니다.
부산 출발이 낯선 수도권 사람이 뉴카멜리아호를 탄 이유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KTX를 타고 부산까지 내려가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배를 탈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부산역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거리가 도보 10분 내외라는 걸 알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이란, 국제 여객선이 입출항하는 전용 항만 시설로, 출국 심사부터 면세 쇼핑까지 공항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곳입니다. 여기서 OMR(출입항 심사 기록) 처리도 비행기 탑승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제가 직접 체크인을 해봤는데, 3층 카운터에서 발권하고 출국 심사 받는 흐름이 공항이랑 거의 똑같았습니다. 다만 분위기는 비행기보다 훨씬 여유로웠어요. 서두르는 사람도 적고, 긴 줄도 없고, 뭔가 소풍 가는 분위기랄까요. 발권 마감이 오후 7시이고 출항은 밤 10시 30분이니, 그 사이에 면세점도 돌아보고 자리에 앉아 쉴 수 있습니다.
비행기와 가장 다른 점은 수하물 규정입니다. 항공 수하물 규정(Baggage Allowance)이란, 항공사가 무료로 위탁·휴대를 허용하는 짐의 무게와 개수 기준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이코노미 기준 위탁 수하물 23kg 1개가 무료이고, 초과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반면 뉴카멜리아호는 수하물 2개까지 무료이고, 실제로 현장에서 무게를 엄격하게 측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쇼핑을 많이 하고 돌아오는 여행자들에게 유리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체감이 크게 달랐습니다. 비행기 탈 때는 돈키호테에서 뭔가 살 때마다 머릿속으로 무게를 계산하게 되는데, 배를 탈 때는 그 압박이 거의 없었거든요.
실제로 타보니 알게 된 것들: 객실, 선내 시설, 멀미
일반적으로 선박 여행은 좌석 등급이 단순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뉴카멜리아호는 다인실부터 1등실까지 객실 등급(Cabin Class)이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객실 등급이란 선박 내 숙박 공간의 수준과 구성에 따라 나뉘는 분류 체계를 말하며, 가격 차이도 분명합니다.
가격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실(다인실): 편도 기준 약 13~15만 원
- 다인실(침대 제공): 약 16~18만 원
- 1등실(2인실 독실): 약 19~21만 원
저는 1등실 2인실을 이용했는데, 2층 침대와 테이블, 의자, TV, 세면대가 갖춰져 있어서 잠자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엄청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밤새 웅크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한 가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메니티로 제공되는 수건이 거의 손수건 수준입니다. 수건은 꼭 챙겨가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콘센트가 전부 일본 규격(2핀 플러그 방식)이라 한국 기기를 바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 멀티어댑터를 안 챙겨갔다가 저는 진짜 당황했습니다. 배 안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건 출발 전에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선내 시설은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편의점, 자판기, 오락실, 대욕장이 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오래된 일본 감성이라 그 자체가 색다른 재미였습니다. 특히 대욕장(大浴場)이란 다수가 함께 사용하는 대형 입욕 시설로, 일본 온천 문화를 선내에서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밤바다를 지나면서 욕탕에 몸을 담그는 경험은 비행기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죠.
멀미와 관련해서, 2024년 기준 국내 선박 여행 이용객의 약 15~20%가 멀미를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저는 괜찮았지만, 파고(波高)가 높은 날은 흔들림이 있을 수 있으므로 멀미약을 미리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파고란 파도의 높이를 뜻하며,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한 여행인지 판단하기
비행기보다 배가 낫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후쿠오카까지 비행기로는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지만, 뉴카멜리아호는 밤 10시 30분에 출항해 이튿날 오전 7시 30분에 하카타항에 도착합니다. 총 이동 시간만 9시간입니다. 체력 소모가 적지 않고, 수면의 질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 9시간이 낭비가 아니라 여행의 일부로 느껴졌습니다. 밤에 출항하면서 부산항 불빛이 멀어지는 장면, 갑판에서 맞는 바다 바람, 배 안에서 먹는 일본 컵라면과 맥주. 이건 공항에서 탑승 게이트 앞에 앉아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여행 행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여행자들의 만족도는 단순 이동 효율보다 여행 경험의 질에서 더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배편이 특히 잘 맞는 경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본 쇼핑을 많이 계획하고 있어 수하물 무게 부담을 줄이고 싶은 분
- 비행기와 다른 이동 감성을 원하는 분
- 부산 경유가 가능하고, KTX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수도권 거주자
- 밤 출발·아침 도착 일정으로 숙박비를 자연스럽게 아끼고 싶은 분
아침에 하카타항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승객들이 캐리어를 통로에 미리 늘어놓아 줄을 대신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는데, 적응하고 나면 나름 합리적인 관행이더라고요.
배 여행은 낭만이냐 비효율이냐,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경험으로 "이동도 여행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특히 쇼핑 계획이 있거나 색다른 방식의 일본 여행을 원하신다면, 한 번쯤은 직접 타보시길 권합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 감각을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