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북부 여행에서 "어디 갈지 모르겠다"는 분들에게 먼저 드리는 답이 나고 파인애플 파크입니다. 성인 입장료 1,200엔에 파인애플 카트 체험부터 공룡 테마존, 직접 갈아 만드는 파인애플 에이드까지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도 별 기대 없이 갔다가 오키나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파인애플 카트
파인애플 파크는 단순한 식물원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어그리투어리즘(agri-tourism) 방식으로 운영되는 농업 테마파크입니다. 어그리투어리즘이란 농업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관광 콘텐츠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일본 지방 관광지에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오키나와 나고 지역이 파인애플 재배의 주산지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 셈입니다.
입장 후 가장 먼저 타게 되는 파인애플 모양의 전동 카트는 이 파크의 핵심 체험입니다. 카트 내부에서는 오디오 가이드가 자동으로 재생되는데, 이를 셀프 가이디드 투어(self-guided tour)라고 합니다. 셀프 가이디드 투어란 별도의 안내원 없이 음성 또는 화면 안내를 따라 스스로 관람하는 방식으로, 파크 측은 일본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를 지원합니다. 솔직히 영어 설명은 반 정도밖에 못 알아들었습니다만, 그래도 분위기 자체가 워낙 재밌어서 크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는 다양한 품종의 파인애플이 심긴 온실과 야외 농장을 지나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파인애플의 품종 분류와 생육 환경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 파인애플은 아열대 기후대(subtropical climate zone)에서 재배되는데, 이는 연평균 기온 22도 이상, 겨울에도 서리가 내리지 않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일본 내에서 오키나와가 파인애플 재배의 거의 유일한 상업적 생산지인 이유이기도 합니다(출처: 일본 농림수산성).
카트 탑승 전후로 전문 사진 촬영 서비스도 운영합니다. 사진 한 장에 1,000엔이고,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원래 관광지 사진 잘 안 사는 편인데, 파인애플 모양 종이 액자에 담긴 걸 보고 그냥 샀습니다. 생각보다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고 파인애플 파크 기본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입장료: 성인(만 16세 이상) 1,200엔 / 어린이·청소년(4~15세) 600엔 / 10인 이상 단체 10% 할인
- 소요 시간: 약 1시간 전후
- 접근 방법: 렌터카 또는 버스 투어 포함 코스
- 주차: 대형 무료 주차장 운영
나고 파인애플 파크 공룡존
카트 체험 후 도보로 이동하다 보면 중간쯤에 공룡 테마존이 등장합니다. 저는 솔직히 공룡 조형물 몇 개 세워둔 정도를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실제 움직임이 구현된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 공룡들이 여럿 배치되어 있습니다. 애니매트로닉스란 기계 장치와 전자 제어를 결합해 생물처럼 움직이도록 만든 로봇 조형물을 말하며, 테마파크나 영화 세트장에서 현실감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공룡의 목이 실제로 움직이는 장면은 어른도 잠깐 멈추고 보게 만드는 수준이었습니다.
파크 측은 이 공룡존을 단순한 포토존이 아닌 "공룡 시대에도 파인애플이 존재했다"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구성해 놓았습니다. 파인애플의 원종인 아나나스(Ananas comosus)는 약 1억 4천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던 식물 계통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를 테마로 활용한 구성입니다. 아이들만 좋아할 것 같았는데 어른들도 사진 찍느라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었습니다.
중간중간 포토존이 상당히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갑니다. 저도 남자친구랑 서로 사진 찍어주다 보니 순식간에 공룡존을 통과했습니다. 북부 관광지 중에서 이 정도 콘텐츠 밀도를 가진 곳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파인애플 파크 먹거리
카트 투어 중간 지점에 카페가 있습니다. 관광지 음료라 그냥 패스할까 했는데, 직원분이 파인애플을 그 자리에서 직접 깎고 믹서로 갈아서 만들어주는 걸 보고 주문하게 됐습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남자친구랑 "이건 진짜다"는 말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날씨 더운 날 마신 거라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 다시 가도 무조건 마실 것 같습니다.
파크에서 판매하는 파인애플 조각은 한 조각에 500엔입니다. 관광지 가격이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지만, 오키나와산 파인애플은 일반 수입 파인애플과 당도가 확연히 다릅니다. 이는 오키나와의 높은 일조량과 토양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오키나와 연간 일조 시간은 약 1,800시간으로, 일본 본토 평균 대비 약 20% 높습니다(출처: 일본 기상청). 당도가 높은 과일이 생산되는 데 유리한 환경입니다. 신맛이 전혀 없고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이라 한 조각 먹고 또 사 먹게 됩니다.
마지막에 있는 기념품 매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파인애플 과자, 파인애플 와인, 잼, 빵류 등 다양한 가공 제품이 진열되어 있고, 파인애플 와인을 직접 제조하는 공간도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파인애플 와인은 발효 공정 중 과당 성분이 에탄올로 전환되는 알코올 발효(alcoholic fermentation) 방식으로 제조됩니다. 저는 파인애플 과자 몇 가지를 샀는데, 귀국 후에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부모님 선물용으로도 무난하게 좋은 구성이었습니다.
나고 파인애플 파크는 "아이들 데려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가면 어른이 더 즐기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키나와 북부까지 이동하는 수고가 있더라도 렌터카 일정에 넣을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특히 커플 여행이라면, 사진 찍을 포인트가 많고 쉬엄쉬엄 걷기 좋아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 북부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라면 이 파크 하나로 반나절 일정은 충분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