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토시마가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몰랐습니다. 유후인도 가봤고 벳부도 가봤고 하우스텐보스까지 다 돌았는데, 정작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이름도 생소했던 이토시마였으니까요. 시간이 남아서 반쯤은 떠밀리듯 신청한 후쿠오카 버스투어가 이렇게 인상 깊을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오히려 유명 관광지처럼 "꼭 뭘 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쿠오카를 처음 가는 분보다 한두 번 다녀온 분들에게 더 잘 맞는 여행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SNS 사진만 보고 기대하고 간다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천천히 풍경과 분위기를 즐기는 곳이라, 그런 여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토시마 후쿠오카 버스투어
직접 겪어보니 이토시마는 혼자서 뚝 찾아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곳입니다. 여행지 접근성을 따질 때 흔히 쓰는 지표가 교통 접근 지수(Transit Accessibility Index)인데, 여기서 이 지수란 대중교통만으로 주요 관광지 간 이동이 얼마나 수월한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토시마는 후쿠오카 시내에 비해 이 수치가 현저히 낮은 편이라, 자유여행으로 여러 스팟을 하루에 묶어 돌기가 쉽지 않습니다.
렌트카가 있어야 이토시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저는 거기에 꼭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차가 있으면 편하긴 하겠지만, 후쿠오카 여행이 처음이거나 운전이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버스투어 쪽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제가 이용한 일일 버스투어는 하카타역 로손 앞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 오후 5시 반쯤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이동 동선을 가이드님이 전부 설계해 두었기 때문에 따라만 다니면 됩니다.
버스에 올라타니 만석이었습니다. 혼자 참여한 제가 오히려 조금 멋쩍을 정도였고, "왜 같이 올 사람 안 데리고 왔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가이드님이 이동 중에 후쿠오카 맛집 정보나 쇼핑 팁, 각 장소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혼자 자유여행으로 왔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내용들이 꽤 많았습니다.
일일 코스와 반일 코스 두 가지가 운영되고 있으니, 일정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 일일 투어: 오전 8시 출발 → 천국의 그네, 사쿠라이 후타미가우라, 마타이치노 시오, 카가미야마 전망대,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 등 → 오후 5시 반 하카타역 귀환
- 반일 오전 투어: 오전 9시 출발 → 마타이치노 소금공방, 사쿠라이 후타미가우라, 팜비치가든, 야자수 그네 → 오후 1시 반 하카타역 도착
- 반일 오후 투어: 오후 1시 반 출발 → 동일 코스 → 오후 6시 반 도착
사쿠라이 후타미가우라, 포토스팟
사쿠라이 후타미가우라(桜井二見ヶ浦)는 두 개의 바위를 연결하는 시메나와(注連縄)로 유명한 곳입니다. 여기서 시메나와란 신성한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두르는 일본 전통 새끼줄을 말하는데, 이곳에서는 길이 30m, 직경 약 50cm에 무게가 1톤이 넘는 대형 시메나와가 두 바위 사이를 잇고 있습니다. 매년 마을 사람들이 모여 교체 작업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가이드님 설명을 들으며 바라보니 단순한 사진 명소가 아니라 살아있는 민속 문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직접 가보니 사진으로 볼 때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았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바다와 하늘, 바위가 한 프레임에 담겨서 왜 이곳이 후쿠오카 대표 촬영 명소로 꼽히는지 바로 이해가 됩니다. 다만 인기가 많아진 만큼 포토존 경쟁이 꽤 치열합니다. 좋은 구도를 잡으려면 이동 후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한 가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SNS 사진만 보고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으면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이토시마 전체가 그렇지만, 이곳은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풍경과 여유를 즐기는 곳에 가깝습니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기도 해서, 맑은 날과 흐린 날의 만족도 차이가 꽤 납니다. 일본 기상청(JMA) 데이터에 따르면 이토시마가 속한 후쿠오카현의 연간 맑은 날 수는 약 170일 안팎으로, 방문 시기에 따라 경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출처: 일본 기상청).
마타이치노 시오와 오카와치야마
마타이치노 시오(またいちの塩)는 천연 소금 제조로 유명한 공방입니다. 여기서 사용되는 제조 방식은 플로우 메서드(flow method)라고 불리는데, 이 방식이란 해수를 대나무 구조물 위로 천천히 흘려보내 자연 증발시키는 전통 소금 정제 기법을 말합니다. 일반 공장식 생산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미네랄 함량이 높고 풍미가 풍부한 소금이 나온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소금 푸딩은 단짠 조합보다는 달콤한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한 입에 "이게 소금 맛인가?" 싶을 정도였고, 함께 탑승한 분들도 맛본 후 기념품으로 사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결국 한 개 더 샀습니다.
오카와치야마(大川内山) 도자기 마을은 개인적으로 이날의 최고 포인트였습니다. 조용한 골목길을 천천히 거닐며 각 공방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여행하는 기분 그 자체였습니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 도공들이 정착해 이마리야키(伊万里焼)를 탄생시킨 역사적 공간입니다. 이마리야키란 17세기부터 이 지역에서 생산된 도자기를 통칭하는 용어로, 유럽 귀족 사이에서 고급품으로 유통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조선 도공들의 기술이 일본 도예 문화의 토대가 된 셈인데, 그 사실을 알고 걷는 것과 모르고 걷는 것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다만 가볍게 구경만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가격표를 보고 놀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고가 제품이 많지만 잘 찾아보면 합리적인 소품도 분명 있으니, 예산을 미리 생각해 두고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이토시마는 언제 가야 빛나는 곳인가
솔직히 이토시마는 누구에게나 강추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운 여행지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카가미야마 전망대(可也山展望台)처럼 이토시마를 대표하는 뷰포인트(viewpoint)들은 탁 트인 시야와 맑은 날씨가 전제되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뷰포인트란 특정 고지대나 개방된 공간에서 주변 경관을 파노라마(panorama)로 조망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하는데, 날씨가 흐리면 그 감동이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토시마를 이렇게 분류합니다. 후쿠오카가 처음인 분이라면 유후인, 벳부, 하우스텐보스 같은 대표 코스를 먼저 보는 게 맞습니다. 이토시마는 두 번째, 세 번째 후쿠오카 여행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곳입니다. 화려함보다는 소도시 특유의 여유와 감성을 좋아하는 분께 특히 잘 맞습니다.
일본 관광청(JNTO) 통계에 따르면 후쿠오카는 한국인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 지방 도시 중 하나로, 반복 방문율도 높은 편입니다(출처: 일본 관광청). 그 이유가 바로 이토시마 같은 소도시 여행지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처음엔 유명 관광지로 가고, 두 번째엔 이런 곳으로 발걸음이 옮겨지는 겁니다.
그때 느낀 건, 특별한 랜드마크 때문이 아니라 하루 동안 천천히 흘러가는 분위기 자체가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게 좋아서 그 후로 두 번을 더 갔습니다.
이토시마를 계획 중이라면 날씨 확인을 먼저 하시고, 일정 여유가 된다면 반일 투어보다 일일 투어를 선택하는 쪽을 권합니다. 꽉 찬 하루를 보내고도 이상하게 피곤하지 않은 여행지였습니다. 후쿠오카를 여러 번 다녀온 분이라면 한 번쯤 후쿠오카 버스투어 일정에 넣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