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공항에서 시즈오카까지 렌트카로 이동하면 총 주행 거리가 편도 약 250km에 달합니다. 처음 이 숫자를 보고 솔직히 "이게 되나?" 싶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할 만했습니다. 다만 "일본 렌트카는 간단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가는 예상 밖의 지출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량 대여료보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주차비가 더 크게 체감됐습니다. 렌터카 비용만 보고 예산을 계산했다가 막상 여행 중 추가되는 교통비를 보면서 "생각보다 꽤 나오네?" 싶었던 순간도 있었어요.

일본 렌트카 나리타 픽업 절차
일반적으로 공항 렌트카는 공항 안에서 바로 수령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일본은 조금 다릅니다. 나리타공항 내 렌트카 업체 부스에서 전화를 하면 예약자 확인 후 픽업 버스가 도착해 별도 사무실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공항 내 혼잡도 문제로 대부분의 일본 렌트카 업체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현장 도착 후에는 차량 수속(렌트카 계약서 확인, 보험 선택, 차량 상태 점검)을 진행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서류가 바로 국제운전면허증(IDP, International Driving Permit)입니다. IDP란 국내 운전면허를 국제 협약에 따라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환한 공식 허가증으로, 없으면 차를 받을 수 없습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간단하게 발급 가능하니 출발 전에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출처: 도로교통공단).
저희가 선택한 차량은 도요타 씨엔타로, 4인 기준으로 캐리어를 싣기에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차량 선택 시 탑승 인원과 캐리어 수를 기준으로 고르는 것이 기본인데, 렌트카 플랫폼에서 차종별 수용 인원과 기내용 캐리어 개수를 명시하고 있어 판단하기 수월했습니다.
수속 중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보험 선택이었습니다. 기본 보험 외에 NOC(Non-Operation Charge) 면제 보험이 있는데, NOC란 사고 발생 시 차량 수리 기간 동안 영업 손실분을 청구하는 비용으로, 보통 2만~5만 엔 수준입니다. 이 보험을 추가하지 않으면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상당한 금액이 청구될 수 있어, 해외 운전이 처음인 분들께는 가입을 권합니다.
사실 보험 비용이 아깝게 느껴지긴 했지만, 여행 내내 마음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몇 만 원 아끼려다가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여행 자체가 망가질 수 있으니, 저는 해외 렌터카만큼은 안전 쪽에 비용을 쓰는 편이 맞다고 생각해요.
일본 렌트카여행 통행료
렌트카 여행의 최대 장점으로 자유도를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실제로 요코하마에서 아타미로 이동하던 날, 바다가 보이는 갓길에 차를 세워 사진을 찍고, 구글맵에서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 들어간 경험이 있습니다. 목적지보다 가는 길이 더 기억에 남는 날이었습니다. 이건 신칸센이나 전철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다만 일본 렌트카를 비용 면에서 "차량 대여비만 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이 가장 예상과 달랐습니다. 나리타-요코하마-가마쿠라-아타미-이즈-고텐바로 이어지는 이번 루트에서 실제로 지출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차량 대여비 (보험 포함)
- 고속도로 통행료 (ETC 기준)
- 주유비 (일본은 리터당 약 170~180엔 수준)
- 주차비 (가마쿠라, 요코하마 등 도심 지역)
특히 ETC(Electronic Toll Collection)는 일본 고속도로 자동 요금 징수 시스템으로, 현금 대신 단말기로 자동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렌트카에 ETC 카드를 장착하면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구간도 있으나, 나리타에서 이즈반도까지 이동하는 일정에서는 통행료 합산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 국토交通省 자료에 따르면 도쿄-시즈오카 구간 고속도로 편도 통행료는 차종에 따라 약 3,000~5,000엔 내외입니다(출처: 일본 국토交通省).
운전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측 운전석 때문에 처음엔 긴장했는데, 약 30분 정도면 자연스럽게 적응됩니다. 한국 도로보다 급격한 끼어들기가 적고 신호 체계도 직관적이어서, 오히려 고속도로 구간은 편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힘들었던 건 운전 자체보다 장거리 이동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남자친구랑 번갈아 운전하긴 했지만 하루에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관광보다 이동 비중이 커지는 순간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시즈오카 렌트카 여행을 계획한다면 관광지를 무리하게 많이 넣기보다는, 하루 이동 거리를 적절히 조절하는 게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만큼 욕심도 커지는데, 막상 다녀보니 여유 있게 보는 일정이 훨씬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즈 파노라마파크에서 본 후지산
후지산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이동 중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다 산등성이 너머로 후지산이 불쑥 나타나는 순간에는 차 안에서 다들 동시에 감탄이 터졌습니다.
이즈 파노라마파크는 이즈반도의 이즈시에 위치한 전망 시설로, 곤돌라를 타고 산 중턱에서 후지산과 스루가만(駿河湾)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스루가만이란 시즈오카현 해안을 따라 형성된 만으로, 수심이 일본 최대 수준인 약 2,500m에 달해 독특한 해양 생태계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장소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매우 까다롭고, 렌트카가 없었다면 일정에 포함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타미에서의 1박은 호텔 뉴 아카오를 선택했는데, 일본 버블 경제 시기에 지어진 대형 리조트 호텔답게 스케일이 남달랐습니다. 해안 절벽 위에 세워진 구조라 파도 소리가 방 안까지 들릴 정도였고, 온천 시설도 여러 곳 운영하고 있어 장거리 운전 피로를 풀기에 최적이었습니다. 다만 이 호텔의 진가를 제대로 누리려면 체크인 후 외출 없이 호텔 내에서만 하루를 보낼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다음 날 일정이 빡빡해서 온천을 한 군데밖에 못 들른 게 여전히 아쉽습니다.
조가사키 해안은 이즈반도 동쪽에 위치한 현무암 절벽 해안입니다. 현무암 절벽이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검고 단단한 암석 지형으로, 조가사키는 이러한 지형이 해안선을 따라 수km에 걸쳐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데 오히려 여름 더위를 잊게 해줘서, 부산 바다를 늘 보며 사는 저도 "이건 다른 느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렌트카 여행은 자유도만큼 체력과 예산 계획이 따라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나리타에서 시즈오카까지 이어지는 일정은 일정 후반부로 갈수록 운전 피로가 쌓이고, "오늘은 그냥 걸어 다니고 싶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가마쿠라처럼 전철 접근성이 좋은 곳은 렌트카 없이 이동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반대로 이즈반도나 조가사키 해안처럼 자연 풍경을 중심으로 이동 반경이 넓은 코스라면, 렌트카가 주는 만족도는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시즈오카를 다시 간다면, 저는 이즈반도 구간만큼은 반드시 렌트카로 움직일 것입니다.
저랑 남자친구도 처음에는 "렌터카 여행 한 번 해보자"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다녀오고 나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본 여행 중 하나가 됐습니다. 목적지보다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고, 계획에 없던 풍경과 장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어요.
물론 체력적으로는 쉽지 않았지만, 신칸센이나 전철만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유로움이 있었기에 다시 시즈오카를 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